한달에 100회의 공연…하루 3개 공연 소화하며 행복한 '구슬땀'

빨간 리본 넥타이, 하얀 무릎 양말, 해리포터를 연상케 하는 커다란 뿔테 안경, 작은 얼굴을 더 작게 보이게 하는 부푼 파마머리, 거기에다 구수한 사투리까지…. '종합선물세트'를 방불케하는 이들은 5명으로 구성된 댄스풍의 록밴드 슈퍼키드(Superkidd)다.

5명 중 3명이 대구 출신인 슈퍼키드는 언뜻 보면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치기 어린 장난꾸러기 같지만 멤버 대부분이 20대 중반을 넘어섰고, 따지고 보면 수많은 다양한 공연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밴드다.

허첵(보컬·29), 파자마징고(보컬·24), 좌니킴(기타·29), 헤비포터(베이스·25), 슈카카(드럼·27)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크고 작은 언더그라운드 공연부터 시작해 TV 음악프로그램까지 모든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

“저희가 공연장에서 노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얘기를 진짜 많이 했거든요. 지금도 그렇지만 초창기에는 더욱 그랬죠. 주위에서 ‘너희 무슨 만담하니?’ 할 정도였어요.” (허첵)

‘가요계의 노홍철’ 소리를 들을 만큼 시끄럽고 활기가 넘친다. 헤비포터와 좌니킴은 실용음악을 전공했고, 슈카카는 몇 개의 인디밴드를 거쳤으며 허첵과 파자마징고는 대학 동아리에서 음악을 시작했다. 그룹 익스(EX)의 이상미가 학교 선배로, 서로 앨범에 피쳐링을 해준 사이다.
 
“각종 축제들이 몰려 있는 5월에는 100회나 공연을 했어요. 하루에 3개의 공연을 소화한 거죠. 남들은 '살인적인 스케쥴'이라고 표현하는데, 저희는 너무 공연이 없으면 오히려 어색해요.”(좌니킴)

오히려 공연을 하지 않을 때가 더 피곤하다는 그들이다.

“아, 우리는 팽이처럼 계속 쳐줘야 됩니다.(웃음) 공연이 없을 때보다 스케쥴이 바쁠 때 팀 분위기가 최고로 좋아요.”(파자마징고)

이들은 앨범 전곡을 자신이 직접 만든 곡으로 채운다. 5명의 멤버들이 서로 작사, 작곡해서 앨범을 취합한다. 그러다 보면 서로 미묘하게 경쟁이 될 때도 있다.

“누가 곡을 만들어오면 정리해서 완성하고, 조합하고 그래요. 경쟁이오? 빨리 만들어 오는 사람이 ‘장땡’이죠. 앨범은 빨리 나와야 하니까. 크게 의식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발전하고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헤비포터)

가장 곡 작업을 빨리 하는 사람은 허첵. 멤버들이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곡으로는 ‘락스타’와 ‘그 여자 장난 아니래’다. 녹음할 때 고생했던 노래가 역시 가장 좋은 만족도를 올려준다.

수많은 공연을 거치다 보니, 이제는 어느 여건에서도 ‘신나게 노는’ 법을 알게 됐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들이 나란히 앉아 계시던 때는 지금 생각해도 막막했다. 하지만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 일으키는 재미가 쏠쏠해요’라고 말할 만큼 여유가 생겼다.

“공연마다 각각 다른 분위기에요. 가장 흥분되고 짜릿한 공연은 ‘락페스티벌’이고, 아무래도 TV 방송이 제일 긴장되지요.”(슈카카)

“억지로 하려면 오히려 힘들어요. 차라리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바라고 있는 것보다 ‘안되면 우리끼리라도 신나게 놀자’하는 생각으로 임합니다.”(허첵)

가장 잊지 못할 공연은 ‘에어콘 안 나와 고생했던 클럽 공연’이라고 다 같이 꼽는다.

"밴드 색깔이 밝고 활기차다보니 모든 조명이 다 켜진 상태였고, 정말 사우나가 따로 없었죠. 나중에는 무대 장치로 불까지 나오더라니까요. 무대 옆에 갖다 놓은 생수는 이미 뜨거워져 있었고…. 다들 벌개져서 공연을 마치니 헛구역질까지 나왔죠. 그 열악한 조건에서도 끝까지 함께 해준 관객들도 정말 대단했어요.”(좌니킴)

트로트 풍이 가미된 멜로디로 귀에 쏙쏙 들어오는 노래들이 정겹다. 해학적이며 귀여운 ‘사회비판’적인 가사들은 슬며시 웃음을 유발한다. 그들의 모토는 ‘신나고 재밌게’다.

하지만 늘 이렇게 웃었던 것은 아니다. 스케쥴이 잡히지 않던 2005년 겨울이었던 데뷔 초 이야기를 하면서 감회가 새로운 듯 표정이 잠시 진지해졌다.

“겨울에는 원래 밴드 공연이 없는 줄 알았어요. 하도 스케쥴이 안잡히니 너무 이상했던거죠. 그때 찍었던 사진을 홈피에 올려놨는데, 지금 그때 사진 보면 완전 거지가 따로 없어요.”(슈카카)

더 힘들게 생활하는 밴드들도 많지만,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근근히 음악 생활을 하던 때와는 달리, 앨범을 제작해 밴드에 ‘올인’을 한 그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며 모아놓았던 악기를 하나씩 팔기도 했다.

“닮고 싶은 뮤지션이오? 김창환 선배님이요. 존경스러워요. 워낙 트인 분이고, 음악성도 뛰어나시고…. 음악적인 소양만 더 쌓으면 나중에 그렇게 될 수 있겠죠?(웃음)”(허첵)

얼마전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단독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친 그들은 올해 연말까지 ‘1000회 공연 돌파’를 목표에 두고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1000회 공연’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아직 200회도 더 남았죠. 남은 4개월도 한번 달려볼까요?”

■ 슈퍼키드는

2004년 대학가요제에서 ‘그 여자 장난 아니래’라는 곡으로 금상을 수상한 ‘허니첵스’가 지금의 ‘슈퍼키드’의 모체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스카이 인디락페스티벌, 쌈지락페스티벌, 멜론페스티벌 등 각종 유명 공연들에 참가하여 실력을 인정 받았고, 지난해 MBC '쇼바이벌'에 출연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최근에는 2집 앨범 'Action Lover'를 발표했고, 타이틀곡 'Love Dance'를 통해 대중들에게 신나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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