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세계 최대의 ‘호프 다이아몬드’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도난 사고가 일어나고, 얼마 지나 새로 조각한 도난품이 경매장에 나온다면? 과학수사대는 아마도 그것이 도난품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호프 다이아몬드가 어떤 보석도 흉내낼 수 없는 자기만의 빛을 내는 것으로 최근 밝혀졌기 때문이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과 해군연구소 연구팀은 45.52캐럿짜리 이 청색 다이아몬드에 백색광을 쪼이면 푸른빛을 내고 자외선을 쪼이면 그 뒤 몇 분 동안 붉은빛을 스스로 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른 66개 청색 다이아몬드들에서는 저마다 미세하게 다른 푸른빛이나 핑크빛들이 나타나, 연구팀은 다이아몬드를 하나하나 식별하는 데 이런 빛의 특성을 ‘지문’처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노미터 수준의 분광기 분석을 쓴 이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지올로지〉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자들은 “청색 다이아몬드에서 붉은 발광이 일어나는 일이 드물기에, 만일 자외선을 쪼인 뒤 붉게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있다면 호프 다이아몬드의 원석에서 나온 다이아몬드인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호프 다이아몬드의 원석인 112캐럿짜리 청색 다이아몬드는 1600년대 중반에 인도에서 처음 채굴된 뒤 67캐럿짜리로 조각돼 프랑스 국왕이 소유했으나 프랑스 혁명기에 사라졌다가 지금의 45캐럿짜리로 발견돼 현재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번 연구에서 다른 색의 다이아몬드들은 청색 다이아몬드와 달리 스스로 빛을 내지 않으며 자외선을 쪼이는 동안에만 빛을 내는 ‘형광’ 특성을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청색 다이아몬드는 자외선을 끈 뒤에도 한동안 빛을 낸다. 다이아몬드는 주성분인 탄소 속의 불순물 차이 때문에 다른 색깔을 띠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