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어디 방향으로 뛰어가도 구미호가 번개처럼 코 앞을 가로 막는다. 놀란 남자는 컴컴한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 방문을 닫는다. 필사적으로 문고리를 잡고 버티기를 한참.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 뒤떨미가 서늘해짐을 느낀다.

잠시 후 구미호에 머리를 내준 남자의 버둥거리던 발놀림이 잦아 들고, 문 열린 방에는 정적이 찾아든다. 여름은 납량 특집의 시즌. 6일 방송한 KBS 2TV '전설의 고향'의 '구미호'편은 한여름 밤의 무더위를 싹 내몰며 20.1%의 높은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을 자랑했다.

이런 설정이 드라마의 한 장면이 아니고 현실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연예인들은 대체로 감정이 예민하기 때문에 비교적 귀신 체험담을 많이 가진 부류에 속한다. 코미디언 이용식의 표현을 빌어 "모골이 송연해져 무스 안 발라도 머리가 쭈뼛 서는" 연예인들의 생생한 귀신 체험담을 소개한다.


○박해미 - 무대 위의 처절한 귀신 울음소리

안방 극장과 뮤지컬 무대를 활발하게 오가는 배우 박해미는 3년 전 귀신을 경험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주연으로 무대에 오른 그는 2000여 명의 관객을 앞에 두고 연인과 헤어지는 가슴 아픈 장면을 연기했다.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꺼…꺼…꺼'하고 엉엉 우는 여자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크게, 지속적으로 들렸다.

박해미는 "무대에서 내려와 '도대체 운 사람이 누구냐'고 화를 냈다. 그런데 배우와 객석 어디서도 운 사람이 없고, 울음을 들은 사람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분장실에 갔는데 누군가 내 팔을 부드러운 벨벳으로 기분 좋게 훑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 때까지 귀신을 전혀 믿지 않았지만, '내가 귀신을 울렸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조수민 - 귀신들의 수다에 잠 깨

KBS 2TV 주말극 '엄마가 뿔났다'에 출연 중인 아역 배우 조수민은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조수민의 부모는 "아이가 어릴 적부터 잠자다 방에서 나오곤 했다. 귀신들이 소근거리는 소리를 듣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은 점점 귀신이 안 보인다. 아직까지는 보려고 하면 본다"고 말했다.

조수민이 지난해 영화 '마지막 선물'에 출연했을 때 에피소드. 현장 관계자들이 아이의 능력을 신기해 하며 시험해 보게 했다. 조수민은 대번에 신현준의 매니저를 향해 "어깨에 어린 남자 귀신이 올라가 있다"고 말했다. 신현준의 매니저가 "실제로 형이 그 나이에 죽었다"고 인정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장나라 - "오빠도 보여?"

장나라는 여러 매체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귀신을 본다고 밝혔다. 장나라 측이 사담으로 공개한 에피소드 하나. 장나라와 매니저가 탄 차가 지방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매니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차 본닛 위에 처참한 형상을 한 귀신이 매달려 있었기 때문. 어찌할 지 모르고 있는데 뒤에 앉아 있던 장나라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오빠도 보여?"

○장효인 - 귀신의 맞장구

지난해 9월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귀신 소동이 벌어졌다. '개그콘서트' 다시보기 프로그램에서 '삼인삼색' 코너에 출연한 장효인이 대사를 할 때마다 '아, 그렇구나'라는 목소리가 따라 붙었기 때문.

장효인은 "연출자도 모르고, 분명히 함께 출연한 다른 개그맨 동료들의 목소리도 아니였다. 일정한 톤으로 멀리서 얘기하듯 희미하게 목소리가 들렸는데 섬뜩하고 무서워 내가 들어도 귀신 목소리 같았다"고 밝혔다.

○이용식 - 오줌 지려

이용식은 10년 전 촬영을 위해 강원도 오색약수터 부근의 민박집에 머물고 있었다. 동료들과 밤에 고기를 구워먹다가 혼자 시골 화장실 비슷한 곳에 갔다. 컴컴한 가운데 아무리 찾아도 밑으로 난 구멍이 없었다.

그래서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켰다. 알고 보니 그 곳은 성황당이었다. 천장에서 벽에는 빨간 불이 늘어져 있고, 천장에선 신장들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 혼이 빠진 채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그는 "나는 아직도 그 상황 자체가 귀신의 장난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